One of my long-time favourites: 菜根譚 (062221)


굼벵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반딧불로 변화하여 여름밤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무리하게 공로를 구하지 말라. 실수 없는 것이 바로 공이니까. 남을 도울 때 상대방이 은덕에 감격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 듣지 않는 것이 은덕인 셈이니까.

낮은 곳에 거처한 뒤에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의 위태로움을 알 것이요, 어두운 곳에 있은 뒤에야 밝은 곳을 향함이 지나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평온함을 간직한 뒤에야 활동하기 좋아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됨을 알 것이요, 침묵을 수양한 뒤에야 말 많은 것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인정은 변하기 쉽고, 세상살이 험난하고 고생스럽기만 하다. 일이 순탄치 못할 때에는 반드시 한 걸음 물러나는 이치를 알아야 하고, 일이 거침없이 잘될 때에는 반드시 조금씩 양보하는 공덕을 더해야 한다.

내가 남에게 베푼 공은 마음에 새겨서는 안 되지만, 내가 남에게 한 잘못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남이 내게 베풀어 준 은혜는 잊어서는 안되지만, 남이 내게 원한을 맺게 한 일은 잊어야 한다.

진정한 청렴함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청렴함을 내세우는 사람은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재주는 특별한 기굑가 없으니,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졸렬하기 떄문이다.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 겪어서 이뤄 낸 복이야말로 진정으로 오래 지속되는 복이고, 의심과 믿음을 참작하여 살핀 끝에 이룬 지식이야말로 진정으로 참된 앎이다.

심성이 맑고 꺠끗하면서도 남을 포용할 줄 알고, 마음이 어질면서도 일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며, 지혜가 총명하면서도 까다롭게 살피지 않고, 행동은 강직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이른바 꿀을 바른 음식이 지나치게 달지 않고 해산물이 지나치게 짜지 않은 것이니,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덕이다.

남의 사소한 잘못을 나무라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들추어 내려 하지말며, 남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한다. 이 세가지는 나의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 하는 방법이다.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더라도 서툰 것처럼 행동하고, 지혜롭고 총명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 자랑하지 않으며, 청렴결백하더라도 세상과 원만하게 어울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으로 나아갈 발판을 삼는 것은, 진실로 세상의 거친 파도를 건너는 데 있어 천금값어치의 표주박과 같은, 그리고 몸을 보전하는 데 있어 영리한 토끼가 파놓은 세 개의 굴과 같은 훌륭한 방편이 된다.

한쪽 편의 말만을 믿다가 간사한 사람에게 속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여 객기를 부려서도 안 된다. 내가 잘났다고 해서 남의 단점을 들추어 내지 말아야 하며 내가 서투르다고 해서 남의 능력을 시기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단점은 간곡하게 덮어 주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단점을 들추어 내어 널리 알린다면 이것은 자신의 단점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성질이 검질기도 고집스런 사람은 잘 타일러 계발시켜 주어야 한다. 만일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미워한다면 이것은 자신의 완악함으로 상대방의 완악함을 조장하는 것이다.

남이 나를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말로 드러내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더라도 낯빛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태도 가운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의미와 헤아릴 수 없는 효용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서로 대비를 이루게 되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추하다 하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 서로 대비를 이루게 되니,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더럽다 하겠는가?

Comments